
말 늦은 아동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의 중요성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인간이 배우고 성장하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갈 때 말처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러다보니 말이 트이지 않거나 또래보다 늦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탈까 싶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경우 대개는 보호자가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차차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어린이집을 등원하면서 진료를 권유받거나 영유아 검진에서
심화평가 결과를 받아 만 2세에서 3세 사이에 병원 진료를 고민하게 된다.
(정상적인 아동 언어 발달)
아이가 순차적인 언어 발달을 하기 위해서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 형성,
상호작용과 정상적인 정서 발달이 중요하다.
이런 기틀 위에 수없이 반복되는 환경적 언어 자극과 언어 모방을 통해 의미 있는 말을 하게 된다.
정상적인 아동 발달에서 의미있는 첫 단어의 사용은 평균 12개월경 나타나며
두 단어를 연결한 표현은 생후 18개월 무렵부터 관찰된다.
24개월 아동의 경우 대부분 50개 이상의 단어를 사용하며
두 단어를 조합한 문장을 사용한다.
만 3세가 지난 아이들은 소통의 수단으로 주로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말이 늦은 아이는 이때부터 친구와 어울리기가 어려워진다.
(어떤 아동에서 언어 평가를 고려하는가?)
일반적인 언어 치료 지침에 따르면 정상적인 언어 발달과 비교 시 언어 출현이나 발달이
두 배 이상 늦어지는 경우, 즉 만 2세까지 단어의 구사가 시작되지 않거나
만 3세가 넘도록 두 단어를 이용한 문장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엔
언어 발달 지연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권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아동의 진료가 중요한데 이는 실제 임상에서 말이 늦어서 내원하는
아동 중 언어 결핍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양육자에 대한 교육이나 조기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이외에도 언어를 비롯한 전반적인 발달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청각장애 등
중복된 다른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엔 좀 더 빠른 시기에(단어 발현이 18개월에 나타나지 않거나 두 단어 연결이 24개월까지 나타나지 않을 때)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단순 언어 장애란 무엇인가?)
언어 장애는 언어 이해(수용언어)와 산출(표현언어)에서의 결함으로 인하여 언어 습득과 사용에
있어서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고 평가 상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언어 능력을 갖는 경우를 일컫는다.
언어 장애 중 단순 언어 장애는 언어 능력과 관련된 지능, 청력, 신경학적 손상, 구강 구조나 기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에 이상이 없이 언어 발달에만 문제가 경우를 말한다.
언어 표현의 어려움이 있는 아동은 전체의 5%, 언어 이해와 표현 모두에 장애가 있는
아동이 3% 가량으로 보고되었고 남아와 여아의 비율이 3:1 이었다.
이 아동들의 언어특성을 살펴보면 초기 낱말 산출이 늦어 2세가 되어서야
첫 낱말을 말하는 경우가 많고 만 3세경이 되어서야 낱말을 조합한 구문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말의 발달은 늦으나 발달하는 순서는 일반 아동들과 같고 어휘 발달 측면에서
또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습득은 어렵기 때문에 정상 아동과의 격차는 그대로 유지된다.
(언어 치료의 적기)
언어 발달 지연의 치료적 중재는 어휘력이나 이해 능력이 확장되기 시작하는 시기인 만 3세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언어 치료 대상을 대개 2년 이상의 언어 지체가 나타나거나 언어 결함으로 인해 학습 진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선정하였으나, 최근엔 가능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원칙으로 하여
진단 즉시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지적 개념 확장과 사회화를 위해선 언어 기술의 습득이 중요하고 학령기까지
언어 장애가 지속되는 경우엔 학습장애로 이어지거나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불안장애와 같은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동의 협조가 가능하다면 조기에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
(소아 발달성 언어 장애의 예후)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아이의 지능 검사에서 비언어적 지능지수(동작성 지능지수)가
정상이면서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인 수용언어의 수준이 정상 범주이고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원활한 경우 나중에 언어 발달이
또래 아동을 따라잡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 언어 장애를 극복하게 되는 아동은 2~3세 사이에 언어 발달이 가속화된다.
아이의 예후 측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적인 발달 평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아동을 추적 관찰하면서 평가해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만은 꼭!)
외래에서 말 늦은 아이들의 부모와 면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아동들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은 디지털 매체에 장시간 노출된다는 점이다.
유아기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뇌 발달 뿐 아니라 인지나 정서적 능력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영아기 뿐 아니라 이후 학령기까지 행동장애, 주의 집중력 결핍이나 의사소통과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높다.
미국소아과의사협회에선 만 2세까지는 스마트폰, TV와 같은 디지털 매체의 노출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만 2세에서 5세 사이 아동의 경우 높은 수준의 교육용 프로그램을 부모 참관 하에
선별적으로 하루 1시간 이내 노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노출하지 않으면 더더욱 좋다.)
오늘 저녁부터라도 집에 가서 내 아이에게 무심결에
스마트폰을 건네주던 나의 습관을 없애자.
물론 아이 앞에서 나부터 모범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핸드폰을 보던 시간에 나와 한 번 더 눈 맞추고 크게 안고 웃게 만들자.
그게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이다.
아이의 이런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미래가 된다.
아이의 미래가 곧 나라의 미래 아니던가.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의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하민 과장